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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명] 하라 분베이(原文兵衛) 아시아여성기금 이사장의 김대중 대통령에 보낸 서한

[장소]
[년월일] 1998년6월11일
[출전] 디지털 기념관 위안부 문제와 아시아 여성 기금
[비고]
[전문]

1998년(헤이세이10년)6월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 각하

 근계

 귀대통령 각하께서는 국무에 정진하시느라 바쁘신 나날을 보내고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러한 가운데 서한으로 번거롭게 해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만, 저희들의 충정을 피력하고 귀대통령 각하의 영명하신 판단을 바라며, 붓을 들었습니다.

 귀대통령 각하께서 대통령 취임 이후, 21세기를 향해 일한관계를 진정한 우호관계로 만들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시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일한간의 과거의 역사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그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고 계신 점에 대해,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 (이하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일한관계에 종사하는 저희들로서도 대단히 고무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여성기금은 일본정부가 두 번에 걸쳐 조사한 끝에 '위안부'로서 종사하도록 강요 당한 분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것에 기초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폭넓은 논의를 토대로 설립이 결정되었습니다. 아시아여성기금은 정부와 국민의 협력에 의한 보상사업 (atonement project)을 실시하는 것을 첫 번째의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국민 모금에 의한 '사과금(atonement money)' 지급과 정부자금에 의한 의료복지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후 50년에 즈음하여 일본의 반성을 통해서 한국국민의 신뢰를 구하는 정부 및 국민의 노력의 중축으로서 아시아여성기금은 출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6년 여름 아시아여성기금의 사업이 시작될 때, 하시모토(橋本) 총리가 피해자 분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총리의 서한'을 썼습니다 (별첨 참고). 이것은 '위안부' 문제에 관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일본의 총리대신으로서 정식으로 사죄를 하고, 반성을 보여주며,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하시모토 총리의 서한에 기초해 아시아여성기금에 기부해 주신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사장의 편지'를 썼습니다 (별첨 참고).

 그 해 여름 필리핀에서의 사업 개시에 이어, 한국에서도 1997년 1월, 7 분의 할머님께 '총리의 서한'을 전달하고, 기금사업의 실시에 들어갔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일은 한국국내에서는 심한 비난을 받았으며 일곱 분들은 가슴 아픈,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여성기금은 1998년 1월 한국의 신문에 기금사업의 내용을 설명하는 광고를 게재하고, 이를 보고 연락해 주신 할머님들에 대해 사생활보호를 배려하며 사업실시에 들어갔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7 분들은 계속해서 곤경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사생활을 고려해 그 후 사업의 실시 여부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번에 한국정부가 결정하신 지원금에 대해서는 저희들은 한국정부가 할머님들에게 눈을 돌리고 그 생활 지원에 나선다는 점에서 환영합니다. 4월21일 국무회의 결정 후의 외교통상부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할머님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일본은 과거에 저지른 반인도적인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를 해야 한다'고 하였지만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5월7일부터 시작된 지원금 지급의 형태는 아시아여성기금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여 저희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것이 한국정부의 정식 방침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신문보도 등에 따르면 지원금 지급의 현장에서는 할머님들에 대해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요구하고, 아시아여성기금의 사업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나 서약서를 내지 않은 사람에게는 지원금의 지급이 보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상기 7분들에 대해서는 아시아여성기금으로부터 받은 금액을 한국의 관계 단체를 통해서 반납하겠다고 서약하면 정부의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이것이 진실이라면 7분들은 일한양국사이에서 한층 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아야 합니다.

 아시아여성기금의 사업은 일본정부와 국민이 협력하여 도의적인 책임의식하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이며, 일본정부와 국민으로부터의 사죄와 보상의 마음으로서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결단한 할머님들에 대해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시아여성기금의 '사과금(atonement money)'은 할머님에 대한 생활지원이 아닙니다. 따라서 한국정부의 지원금과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의 한국정부의 지원금 지급과 아시아여성기금의 사업실시는 모순되는 것이 아니고 병행이 가능한 것이며, 동시에 병행하여 실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모순이나 고통이 없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탁 드립니다. 7분을 포함한 모든 할머님들에게 일체의 서약서 없이 지원금을 지급해 주시도록 부탁 드립니다. 또, 이미 서약서를 써서 지원금을 받은 사람이라도 만약 본인이 아시아여성기금의 사업을 받아들이는 것을 원한다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정부의 자세를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아시아여성기금은 일본정부와 일본국민의 진지한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이러한 마음을 가능한 많은 할머님들께 전해 드릴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한관계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원래의 취지가 아닙니다. 나아가 아시아여성기금의 사업을 받아들인 분들이 고통을 받는 일은 저희들로서는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저희들은 미력하나마 노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저희들의 손으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귀대통령 각하의 영단으로 일한 양국민의 미래를 위해, 한국정부의 배려와 일본국민의 보상의 의사를 모두 살리는 길을 찾아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 드립니다. 이와 관련해서 만약에 귀대통령 각하 및 한국정부에서 아시아여성기금에 관한 어떠한 새로운 제안이 있으시면 저는 진지하게 검토하고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귀대통령 각하의 건승과 일한간의 우호관계의 가일층 진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998년6월11일

  재단법인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

   이사장 하라 분베이